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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연합뉴스 제공]

교황 레오 14세를 한국에서 맞이하는 행사인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World Youth Day) 개최지로 올림픽공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교황은 한국 도착 후 상암월드컵경기장 혹은 광화문광장에서 카퍼레이드 등으로 신자·시민들과 만나게 될 전망이다.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책임자 시절 5차례에 걸쳐 방한한 적이 있으며 교황으로서는 2027년 처음 한국에 온다. 역대 교황으로는 요한 바오로 2세(1984·1989년), 프란치스코(2014년)에 이어 4번째 방한이 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 대회를 계기로 북한 청년들과도 만나고 싶다는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WYD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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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하는 정순택 대주교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기본계획 언론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27 mjkang@yna.co.kr

서울 WYD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주요 행사 후보지를 포함해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10박 11일간 열릴 서울 WYD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교황이 세계 각국을 찾아가 젊은이들을 만나는 행사로 자리 잡은 WYD는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 중인 1885년 '세계 젊은이의 날'을 제정한 것을 기념해 이듬해 정식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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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모습

[연합뉴스 제공]

2027년 WYD는 요한복음 16장 29절에 나오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를 주제 성구로 내걸고 진리, 사랑, 평화를 대주제로 열린다. 7월 29일∼8월 2일 행사는 전국 15개 천주교 교구의 교구대회로, 8월 3∼8일 행사는 서울 전역에서 본대회 형태로 개최된다.

우선 WYD의 대미를 장식할 서울대교구 밤샘기도(8월 7일)와 파견미사(8월 8일)는 올림픽공원 또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밤샘기도 때는 등록·미등록 참가자, 가톨릭 신자 및 행사에 관심이 있는 비신자 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파견미사는 교황이 직접 주례하며 전 세계 모든 청년을 축복한다. 차기 WYD 개최지 발표에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조직위는 개막미사(8월 3일)와 교황 환영행사(8월 5일)를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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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흔드는 프란치스코 교황(2014년)

[연합뉴스 제공]

개막미사는 각국 추기경단, 주교단을 대표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집전하는 미사이며, 서울 WYD 본대회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의식이다. 개최국인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축제이기도 하다.

레오 14세 교황은 한국 도착 후 교황 환영행사에서 청년들을 처음 만난다. 카퍼레이드, 국기행진, 개최국 문화공연 등으로 성 베드로의 후계자(교황)를 맞이한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교황이 한국에서 내놓는 최초의 메시지도 듣게 될 전망이다.

통상 교황이 도착한 날 환영행사에 참석한 전례에 비춰보면 교황은 8월 5일 무렵 방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교황청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서울 WYD 참가 인원은 개막미사를 기준으로 20만∼50만명, 파견미사를 기준으로 70만∼100만명이 될 것으로 조직위는 내다보고 있다.

각 행사 개최지는 수용인원, 지리적 접근성, 보안 및 안전, 기존 인프라 활용 가능성, 환경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황청 및 당국과의 소통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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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청년대회 인파

[연합뉴스 제공]

다만,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는 주변 시설 상황이나 폭염 대책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파견미사의 경우 여의도보다는 올림픽공원 일대가 더 유력한 것 같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조직위는 2027년 대회가 WYD 역사상 처음으로 분단국가에서 열리며, 레오 14세가 교황으로서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행사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은 세계 각국 청년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세계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도 격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직위원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세계 곳곳에서 타오르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기후 위기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그리고 정신적 고립과 사회적 단절 속에서 방황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주님께서는 용기를 내라고 말씀하신다"며 주제 성구의 시대적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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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언론브리핑

[연합뉴스 제공]

특히 이경상 주교는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자리가 될 것을 상정하셨다"며 "가능하면 북한 청년들도 초대하고 또는 북한 이탈 청년들을 초대해서 그들을 만나시기를 기대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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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세계청년대회 로고 [서울 WYD 조직위원회 제공]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비(非) 그리스도교 국가인 대한민국 서울이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WYD를 개최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직위는 서울 WYD가 서로 다른 종교에 대한 열린 태도를 실천하고 아시아 공동체의 성장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는 행사 기간 안전 관리를 위해 경찰, 소방대원, 의료진, 안전요원, 자원봉사자들이 사전 교육을 받고 투입될 것이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합동 모의 훈련이 반복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대테러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유관 기관과 협조 체제를 구축한다. 특히 대회 기간 폭염에 대비해 이동식 에어컨, 냉풍기, 그늘막 쉼터, 안개형 냉각수 시스템 등을 갖추고 냉수, 전해질 음료, 얼음 등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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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연합뉴스 제공]

외국에서 온 참가자 중 순례자는 홈스테이하거나 가톨릭교회시설, 학교·체육관·공공기관, 타 종교 시설 등에서 숙박한다. 장애인, 봉사자 및 추기경 등 주요 인물은 호텔이나 전용 숙소를 이용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현재 재건축 중인 주한 교황대사관에 머문다.

참가자들은 교구대회 기간 각지의 신자들과 교류하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홈스테이로 공동체 생활을 경험한다. 본대회는 개막미사, 교황 환영행사, 젊은이 축제, 교리교육 성삼일, 십자가의 길, 밤샘기도와 파견미사 등 여섯 가지 핵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서울 WYD는 최대 10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여서 2조700억∼3조1천500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조직위는 기대하고 있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9천100억∼1조3천700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1만1천∼1만6천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조직위는 서울 WYD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입법부 및 정치권과 소통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