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된 60점의 에르메스 가방 /사진 국세청 제공

세금을 수백억 원 가까이 체납하고도 호화생활을 이어가던 고액·상습 체납자들이 국세청의 추적 수색에 잇따라 적발됐다. 일부는 명품 가방 수십 점을 집 안에 쌓아두거나, 캐리어 속에 현금을 숨기는 등 치밀하게 재산을 은닉해왔다.

국세청은 10일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서울시 등 7개 광역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여 약 18억 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귀금속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체납자 A씨는 고가 상가 건물을 팔고도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아 총 1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했다. A씨는 부동산 매각대금으로 은행 대출을 상환했지만, 그동안 대출받은 거액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이 없던 A씨 부부는 자녀의 해외 유학비와 체류비, 소송비용 등을 고액으로 지출하고 있어 과세당국은 재산은닉 혐의를 포착했다.

캐리어에 숨겨진 4억원의 현금다발 /사진 국세청 제공

국세청과 서울시 합동수색반은 탐문을 통해 A씨가 실제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한 뒤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해 은닉처를 찾아냈다. 현장 수색 결과, 오렌지색 상자 속에 보관된 에르메스 명품 가방 60점, 순금 10돈, 미술품 4점, 현금 등 총 9억 원 상당의 자산이 발견돼 압류됐다.

또 다른 체납자 B씨는 결제대행업 법인의 대표이사로 수억 원대 종합소득세를 체납했다.국세청은 B씨의 금융거래에서 불분명한 현금 인출과 소득 대비 과도한 소비 패턴을 확인하고 추적조사에 착수했다.

1차 수색에서 현금 1천만 원과 고가시계 2점만 발견되자 수색반은 수상함을 느끼고 잠복을 이어갔다. 결국 B씨의 배우자가 캐리어를 옮기는 장면을 CCTV로 포착해 2차 수색을 실시, 캐리어 속에서 현금 4억 원이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압류된 현금과 물품은 총 5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번 합동수색은 전국에서 18명의 고액·상습 체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의 전체 체납액은 400억 원대에 달한다. 국세청은 수색 과정에서 지방세·국세 체납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지자체의 CCTV·공동주택 관리정보 등을 연계해 실거주지와 은닉재산을 추적했다.

압류된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은 전문 감정기관의 감정을 거쳐 공매 절차로 처분될 예정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번 합동수색은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강력한 조치”라며
“세금을 고의로 회피하면서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하고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