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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 참석한 추경호 의원

[연합뉴스 제공]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고자 한동훈 당 대표에게 본회의장 이탈을 요청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집결을 공지했음에도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160여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선포 후 2시간가량 지난 12월 4일 0시3분께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한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아래로 내려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은 앞서 오후 11시22분께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협조 요청'을 받은 추 전 원내대표가 한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빼내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 참여를 방해할 의도로 이러한 요청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홍철호 전 정무수석, 한덕수 전 총리와도 차례로 통화하면서 4일 0시3분께까지 긴급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 변경 공지했다.

특검팀은 특히 우 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에게 본회의장 소집을 공지한 직후 추 전 원내대표가 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여의도 당사로 변경한 점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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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본회의장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제공]

국회 운영지원과는 0시1분 우 의장 명의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는 소집 문자를 의원 전원에 발송했으나 추 전 원내대표는 약 2분 뒤인 0시3분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 밖 당사로 집결해달라고 공지했다.

앞서 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다시 국회로 두차례 변경해 국회로 향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혼란이 초래된 상황이었다.

특검팀은 영장 청구서에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에 동조할 만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선포 전 추 전 원내대표가 '예산 삭감', '줄탄핵' 등의 표현을 섞어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국민의힘 당직자 휴대전화 등에서 '비상조치'를 언급한 문자메시지가 있었던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특검팀은 계엄에 실패할 경우 여당과 원내대표인 본인까지 모두 정치적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범행 동기로 작용했다고 보고 이를 영장에 담았다.

특히 작년 11월 29일 윤 전 대통령과의 관저 만찬, 계엄 선포 당일 담화문 방송을 통해 계엄 선포 필요성에 대한 추 전 원내대표의 사전 공감대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계엄에 가담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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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 제공]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인 3일 오후 11시33분께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했다며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영장 청구서에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막기 위해 의총 장소를 본회의장이 아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공지했다'고 기재했다.

국회에 군과 경찰이 투입되는 상황에 계엄 해제 표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면 예결위 회의장이 아니라 본회의장으로 곧바로 집결할 것을 공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추 전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 한 전 총리 등과 통화하면서 계엄 해제와 국회 봉쇄 해제 등을 요구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방치했다고도 적시했다.

통화 내용을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봤다. 관련 통화로 계엄이 위헌·위법함을 인지하고도 이를 의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계엄 해제 요구안에 대한 심의 표결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