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 사진 연합뉴스 제공
서울 아파트값이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2주 연속 상승폭을 줄였지만, 거래는 얼어붙고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와 대출규제 강화로 매수세가 급감했지만, 매물 감소로 인해 가격은 여전히 고점 부근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11월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 전주(0.23%)보다 상승폭은 0.04%포인트 줄었지만, 10·15 대책 효과가 ‘집값 진정’보다 ‘거래 위축’으로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특히 허가구역 내 거래는 실거주 2년 의무까지 부과되면서 사실상 갭투자 봉쇄 가 이뤄졌지만, 시장은 집값을 누르기엔 역부족 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성동구(0.37%→0.29%), 마포구(0.32%→0.23%), 영등포구(0.37%→0.26%) 등 주요 도심권은 상승세가 둔화됐으나, 송파(0.43%), 동작(0.43%), 강동(0.35%)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은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매수 문의는 줄었지만, 공급 부족으로 전체적으로는 상승 흐름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천(0.44%), 분당(0.59%), 하남(0.40%) 등 규제지역은 상승폭이 줄었지만, 규제를 피한 화성(0.26%), 구리(0.52%), 용인 기흥(0.21%) 등은 ‘풍선효과’로 오름세가 커졌다. 화성시는 61주 만에, 구리시는 279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직전 주 대비 0.08% 올랐다.
서울(0.14%→0.15%)은 역세권, 대단지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으나 매물이 부족해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인천(0.05%→0.06%)은 상승폭이 소폭 커졌고 경기(0.09%)는 직전 주와 동일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평균 0.11% 올랐다.
지방(0.05%)은 5대 광역시가 0.05%, 8개 도가 0.02% 상승했고 세종시(0.13%→0.36%)는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文재인 정부 시절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갭투자 규제로 거래가 끊기면서도 공급 부족으로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고원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며 “정책의 실효성보다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서울·수도권은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시장이 냉각됐지만, 비규제 지역은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실수요자만 옥죄고, 투자 수요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적 오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단기 처방식 규제에만 매달리면 시장의 체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공급 확대와 금융 정상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수도권 집값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