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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송환되는 사기조직의 한국인 중간책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제공]

해외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하며 229명에게 194억원을 가로챈 캄보디아 거점 범죄단체 조직원들이 대거 붙잡혔다.

서울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사기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범죄단체가입 및 활동 등 혐의를 받는 다국적 사기조직원 '승리'(예명) 등 18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포함해 5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이 특정한 이 조직 소속 한국인 피의자는 총 77명으로, 해외 체류 중인 17명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SNS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해 허위 주식매매 앱을 다운받게 했다. 투자 조언을 하거나 수익을 일부 보여주는 등 신뢰 관계를 쌓아 재투자를 유도하다 순간 앱을 삭제하고 연락 두절되는 식이었다.

경찰은 "단속을 피하고자 3개월 주기로 회사명을 변경했다"며 "돼지를 천천히 살찌운 뒤 도살하듯, 신뢰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들이 더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일거에 수익을 실현하는 '돼지도살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꾐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40∼50대에 집중됐다. 아들 결혼자금 3억3천만원을 모두 잃거나 퇴직금 등을 날린 사례도 있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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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거점 사기조직 조직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제공]

중국인 총책이 이끄는 이 조직은 캄보디아 국경지대 리조트 전체를 임대해 조직 사무실과 숙소로 사용했다. 중국인, 태국인, 한국인 등 다국적 조직원이 통역, 가짜 앱 제작, 전화상담, 자금세탁, 통장관리 등을 분업했으며 추적을 피해 모두 가명과 외국인 명의 대포폰을 사용했다.

사기 실적에 비례한 인센티브로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실제로는 숙식 등 갖가지 이유를 붙여 돈을 가져갈 수 없었다"며 "한국도 추징할 수 있는 특별한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직원 상당수는 '해외에서 여유롭게 근무하며 단기간에 고액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28명은 친구 등 지인의 소개로 동참했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금감원이 지난해 5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온라인 리딩방 사기 범행을 준비한다는 첩보를 접수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며 시작됐다. 금감원은 제보자에게 '불법 금융 파파라치' 최우수 제보 포상금 1천만원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