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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교섭단체 대표 연설듣다 수석대변인 호출한 정청래 대표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의 제동으로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지시키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4일 재차 매듭을 지었다.

당내에선 하루 만에 집권 여당이 법안 '추진'에서 '철회'로 180도 입장을 선회한 해프닝을 두고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될 민감한 법안 추진을 두고 정청래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가 대통령실과 충분한 소통 없이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법안 추진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의 난감한 기색이 엿보인다.

한미 관세협상의 결과를 후속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재판중지법 이슈가 부상하면 불필요한 정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원내(지도부)에서는 사실 재판중지법을 언제 통과시킬지, 추진할지 논의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 문제는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됐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주는 사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를 홍보하는 게 당의 기조였다"며 "이런 당의 기조와 관련한 엇박자 메시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빠르게 (법안 추진 철회) 논평을 냈다"고 설명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계 모임인 '원조 7인회' 멤버로 꼽히는 문 수석부대표는 "당에서 이 문제로 불필요한 논의가 되는 것 자체를 두고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정 대표를 향한 (대통령실의) 경고성 메시지라기보다는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는 취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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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만나러 가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제공]

실제로 당 일각에선 재판중지법 논란이 이 대통령의 'APEC 성과'를 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감지된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재판 속개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 그때 가서 입법하면 되는데 굳이 왜 지금 시점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려 했는지 의문"이라며 "하루 만에 정리가 된 모양새지만 당 대표나 지도부 입장에서는 체면을 많이 구겼다"고 말했다.

충분한 당·정·대 간 소통 없이 법안 추진 움직임이 드러나다 보니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앞세운 듯한 모양새로 비친 게 아니냐는 비판론도 없지 않다.

다른 초선 의원은 "상식적으로 이런 큰 건은 여당과 대통령실이 긴밀히 상의하고 교감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 아닌가"라며 "지금은 여야가 세게 싸우는 상황이지만 연말, 내년 초쯤 가면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국면마다 경중이 있다. 사법 이슈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며 "하지만 대통령과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코스피 5000, APEC 성공, 국내총생산(GDP) 반등의 효과를 지속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의 재판중지법 추진을 두둔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를 촉구하며 여권을 압박하는 상황을 마냥 좌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내년 초 법원 정기 인사와 함께 재판부가 바뀌면 재판 재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감도 재판중지법 추진을 옹호하는 시각에 힘을 보탠다.

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공세 방어 차원에서 법안 추진 드라이브는 당연히 걸 수 있다"며 "대통령실이 제지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차원이었는데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은 낭설"이라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인 박균택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사견을 전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기서 (재판 중지 관련) 논의를 중단해주면 좋겠지만, 계속 물고 늘어진다면 저는 재판중지법을 통과시키자고 또 주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