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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를 기록하며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긴 추석 연휴에 여행·숙박 수요가 급증하고, 이례적인 잦은 비로 농산물 출하가 지연된 데다가 석유류가 작년 하락 폭이 컸던 기저 효과가 있던 점 등이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농산물·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고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근원물가 지표 역시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전반적으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 8년 만에 초장기 추석 연휴…콘도·해외단체여행비 등 급등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7.4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4% 올랐다. 이는 작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기록한 뒤 8월 한 차례 1.7%로 둔화했다가, 9월 다시 2.1%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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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단체여행비, 숙박료, 미용료 등이 포함되는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가 3.6% 올라 전체 물가의 0.72%포인트(p)를 끌어올렸다.

10월 긴 추석 연휴에 해외단체여행비, 승용차 임대료, 콘도 등 여행 관련 품목 물가가 상승한 영향이라는 게 데이터처의 설명이다. 이번 추석 7일 연휴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길었다.

콘도 이용료는 26.4% 급등했고, 승용차 임차료(14.5%)와 해외 단체여행비(12.2%)도 10%대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3.1% 뛰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5%p 기여했다.

이 중 축산물은 5.3%, 수산물은 5.9% 올랐으며, 특히 돼지고기(6.1%)와 고등어(11.0%)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산물도 1.1% 오르며 한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쌀(21.3%)과 찹쌀(45.5%) 등 곡물은 최근 잦은 비로 출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과실류(10.9%)에서는 사과(21.6%) 상승 폭이 컸는데, 이 역시 잦은 비로 사과 출하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채소류는 출하량 증가 및 전년 기저효과 등으로 14.1% 하락하며 전체 농산물 물가 상승세를 일부 상쇄했다.

석유류는 4.8% 상승하며 지난 2월(6.3%) 이후 8개월 만의 최고 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0월 국제유가 하락(-10.9%)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환율 상승 등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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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막바지…붐비는 제주공항

[연합뉴스 제공]

가공식품은 3.5% 올랐지만, 9월(4.2%)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

추석 명절 할인행사와 명절 관련 식료품(부침가루·식용유 등) 가격 하락 또는 상승 폭 축소 효과라고 데이터처는 설명했다.

외식 물가는 3.0% 올라 전달(3.4%) 대비 상승 폭이 둔화했다. 일부 햄버거·피자 등 업계 세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 OECD 방식 근원 물가 2.2%, 15개월만에 최고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어류·조개류·채소·과실 등)는 0.8% 하락했다.

변동 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물가 변동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근원물가 중 하나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2.5% 올랐다. 작년 2월(2.6%)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로, 물가 상승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2% 상승했다. 역시 작년 7월(2.2%)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0월 소비자물가 상승과 민생소비 쿠폰의 관련성을 두고 "특별히 소비쿠폰 영향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지속적으로 (큰폭으로) 상승한다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긴 연휴에 따른 여행 증가 등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고 했다.

임혜영 기재부 물가정책과장도 "(10월 물가 기여도가 높은)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와 소비쿠폰 관계는 없다"며 "소비쿠폰은 본인 주소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지역 여행이나 숙박에는 사용할 수 없고, 온라인 여행사이트를 통한 예약도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작년도 기저효과와 함께 잦은 강우, 장기 연휴로 일부 농산물 가격과 숙박·여행 등 서비스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민생경제의 핵심'인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갑작스러운 추위 등 기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