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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로 인해 필요한 경제지표를 얻지 못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에서 금리 동결에 투표권을 행사한 위원이 나타나는 등 연준 위원들 간 통화정책 견해차가 벌어진 것도 향후 정책 경로 예상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이날 기준금리 결정과 별개로 연준이 12월 연내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 종료를 예고하면서 최근 유동성 압박을 받았던 미 단기자금시장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 셧다운에 경제지표 부재…파월 "12월 결정 영향 미치진 않을 것"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낸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할 때 위원회는 들어오는 자료와 변화하는 전망, 위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여야 대치에 따른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10월1일 시작)로 정부가 산출하는 공식 경제지표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양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데, 둘 중 하나에 관한 데이터만 부재하더라도 정책 판단이 어려워진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셧다운 개시 이후 경제통계 산출 관련 업무를 중단했고, 예외적으로 지난 24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당초 일정보다 10여일 지연해 발표한 바 있다.
고용지표는 지난달 5일 발표된 8월 비농업 고용지표 이후 신규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용시장 하방(약화) 위험이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 핵심 변수가 된 상황에서 고용지표의 부재는 연준 위원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는 지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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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이날 경제지표 부재 상황에 대해 "(셧다운은) 일시적인 사안이고 우리는 우리가 맡은 일을 할 뿐"이라며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의 조각을 찾아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어도비 애널리틱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등이 집계하는 민간 지표와 지역 연방준비은행들의 설문조사에 기반한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 등을 대체 자료로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표 부재가 12월 결정에 영향을 미치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라며 "지표 부재 상황에선 이동 속도를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타당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시각에 동조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정책 방향에 대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고 말해 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일축하기도 했다.
웰스스파이어 어드바이저스의 올리버 퍼쉐 선임부사장은 "파월 의장이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인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떤 금리 인하도 기정사실로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라며 "연준은 지표에 따라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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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위원 견해 양극화…추가인하 시기·폭 간극 커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FOMC 구성원 간 간극이 큰 것도 향후 통화정책 경로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오늘 회의에서 위원 간 강한 견해차가 있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준 위원 간 통화정책 시각차는 이번 회의에서 새로 대두한 게 아니다.
앞서 9월 FOMC 의사록도 추가 금리 인하의 시기와 폭을 둘러싸고 위원들 사이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었음을 드러낸 바 있다.
의사록에 따르면 9월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 입장을 표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금리 동결을 선호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위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는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0.25%포인트 인하에 반대해 금리 동결 의견을 내 연준 내 이런 시각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9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반대해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데 이어 10월 회의에서도 0.50%포인트 인하 의견을 고수했다.
◇ 양적긴축 종료 앞당긴 연준…단기자금시장 불안 반영
한편 연준이 이날 FOMC 회의 후 양적긴축을 12월 1일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최근 몇주 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미 단기자금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지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 월가 일각에선 연준이 양적긴축 종료에 관해 어떤 언급을 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14일 공개연설에서 느닷없이 향후 수개월 내에 양적긴축을 종료할 수 있다고 예고해 이런 기대감을 키웠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지난 2022년 양적긴축을 재개해 팬데믹 대응으로 급증한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달 들어 단기자금시장에서는 초단기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며 시장의 유동성이 압박받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모습이 관찰된 바 있다.
특히 연준이 관리하는 만기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인 SOFR(무위험지표금리)가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상단을 벗어나 거래되는 사례가 최근 몇주 새 빈번하게 발생했다.
뉴욕 연은 자료에 따르면 SOFR는 지난 28일에도 4.31%를 나타내는 등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상단(4.25%)보다 높게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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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월가 일각에서는 미 재무부가 장기채 대신 단기채 발행 비중을 늘리면서 단기자금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채권 금리가 하락하기 전까지 단기채 위주로 국채를 발행할 방침이라고 발언해 월가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미 재무부의 단기채 발행 확대가 단기자금시장을 압박한 요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게 (자금시장 압박의)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적긴축 종료에 따라 만기가 도래한 주택저당증권(MBS) 자금을 미 재무부 단기국채(Treasury Bills)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여파로 단기자금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체로 불안감이 확산한 전례가 있다.
이에 연준은 2019년 7월 '보험성' 금리 인하와 함께 예정보다 빨리 양적긴축을 종료해 시중에 황급히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