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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원화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이달 들어서도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은 만큼 국제 교역에서 원화가 지닌 구매력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 韓 실질실효환율, 1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아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올해 3월 말의 89.29보다도 더 낮은 수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외환위기를 통과한 1998년 11월 말 당시(86.63)와 비교해도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외환위기 당시 최저 68.1, 금융위기 당시 최저 78.7까지 떨어진 적 있다. 근래엔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00선을 웃돌다가 이후 90 중반대를 맴돌았다.
미국 경기 호조로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끄는 흐름이 수년간 지속됐다.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95선 아래로 내려왔다가 12월 계엄 사태를 계기로 90선까지 뚝 떨어졌고, 최근까지 비슷한 수준에서 횡보해왔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이는 기준 시점과 현재 시점 간의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결국 국제 교역에서 원화 구매력, 즉 원화 실질 가치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월별 주요국 실질실효환율 지수 추이(단위:포인트)
※ 한국은행 자료. |
| 구분 |
한국 |
미국 |
일본 |
유로 |
중국 |
| 1월 말 |
91.24 |
115.10 |
71.34 |
98.86 |
91.89 |
| 2월 말 |
90.95 |
114.22 |
72.59 |
98.39 |
91.55 |
| 3월 말 |
89.29 |
112.91 |
73.46 |
101.01 |
90.00 |
| 4월 말 |
89.56 |
111.39 |
75.80 |
103.96 |
87.33 |
| 5월 말 |
91.65 |
109.90 |
74.49 |
103.11 |
86.76 |
| 6월 말 |
92.48 |
108.71 |
73.68 |
104.31 |
86.22 |
| 7월 말 |
91.41 |
108.03 |
72.21 |
105.00 |
86.50 |
| 8월 말 |
90.71 |
108.69 |
72.10 |
104.95 |
86.82 |
| 9월 말 |
90.53 |
108.26 |
71.52 |
105.29 |
87.30 |
| 10월 말 |
89.09 |
108.73 |
70.41 |
104.79 |
87.94 |
◇ 원화, 주요국 통화 대비 '최약체' 못 벗어나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수치가 낮았다.
10월 한 달간 실질실효환율 하락 폭(-1.44p)은 뉴질랜드(-1.54p)에 이어 64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한국만 보면 지난달 하락 폭은 지난 3월(-1.66p)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이달에도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큰 폭으로 약세인 만큼 실질실효환율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원화 가치는 2.6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 재정 기조로 약세를 나타낸 엔화(-1.56%)와 비교해도 하락률이 1%포인트(p) 이상 컸다.
같은 기간 호주 달러(-1.31%), 캐나다 달러(-0.65%), 스위스 프랑(-0.51%), 영국 파운드(-0.41%), 유로(-0.19%) 등도 미국 달러보다 약세였으나 원화보다 하락률이 낮았다.
주요국 통화 중에선 중국 역외 위안(+0.24%) 정도만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박지훈 하나은행 자금시장본부 팀장은 "위험 회피 심리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다 내국인의 미국 주식 투자로 달러 매수세가 몰려 원화 약세가 유독 크게 나타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점도 실질실효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 개입만으로 환율 방향성 바꾸기 어려워"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환율은 지난 21일 주간 거래 장중 1,476.0원까지 치솟아 미국 관세 인상과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 9일(1,487.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에는 환율 급등이 일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추세적인 상향 흐름을 보이는 점이 다르다.
이와 관련,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통화 긴축 선호) 결정을 내릴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엔화 약세도 환율 상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요인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1,500원 선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 개입만으로 환율의 방향성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최근 발표한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치 상단을 1,540원으로 제시했다. 하단도 1,410원으로 1,400원대를 '뉴노멀'로 봤다.
위재현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달러는 완만한 약세를 예상한다"면서도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해외투자의 구조적 문제, 대미 투자 합의로 인한 수출업체들의 더딘 환전 수요는 모두 환율 추가 상승을 부추기는 재료"라고 분석했다.
올해 10월 말 국가별 실질실효환율 지수(단위:포인트)
※ 국제결제은행(BIS) 자료, 오름차순 정렬. |
| 국가명 |
지수 |
| 일본 |
70.41 |
| 중국 |
87.94 |
| 한국 |
89.09 |
| 인도네시아 |
94.19 |
| 인도 |
94.95 |
| 캐나다 |
95.76 |
| 노르웨이 |
96.21 |
| 프랑스 |
96.80 |
| 태국 |
97.48 |
| 홍콩 |
97.79 |
| 필리핀 |
97.88 |
| 덴마크 |
98.03 |
| 룩셈부르크 |
98.61 |
| 핀란드 |
98.64 |
| 아랍에미리트 |
99.45 |
| 포르투갈 |
99.61 |
| 스웨덴 |
99.61 |
| 이탈리아 |
99.65 |
| 모로코 |
100.05 |
| 칠레 |
100.21 |
| 사이프러스 |
100.38 |
| 사우디아라비아 |
100.47 |
| 뉴질랜드 |
100.57 |
| 튀르키예 |
101.22 |
| 대만 |
101.49 |
| 몰타 |
101.84 |
| 그리스 |
101.88 |
| 말레이시아 |
102.27 |
| 슬로베니아 |
102.42 |
| 독일 |
102.80 |
| 벨기에 |
102.95 |
| 스페인 |
103.20 |
| 스위스 |
103.89 |
| 아일랜드 |
104.03 |
| 유로지역 |
104.79 |
| 이스라엘 |
105.01 |
| 오스트리아 |
105.98 |
| 보스나이헤르체고비나 |
106.08 |
| 남아프리카공화국 |
106.18 |
| 크로아티아 |
106.63 |
| 네덜란드 |
106.94 |
| 호주 |
107.17 |
| 미국 |
108.73 |
| 라트비아 |
109.73 |
| 브라질 |
109.75 |
| 페루 |
109.91 |
| 알제리 |
111.33 |
| 슬로바키아 |
111.51 |
| 영국 |
111.62 |
| 북마케도니아 |
112.73 |
| 헝가리 |
112.92 |
| 리투아니아 |
113.61 |
| 불가리아 |
114.38 |
| 싱가포르 |
114.75 |
| 세르비아 |
116.15 |
| 콜롬비아 |
116.22 |
| 러시아 |
117.13 |
| 루마니아 |
119.59 |
| 아르헨티나 |
121.18 |
| 에스토니아 |
122.04 |
| 아이슬란드 |
124.48 |
| 체코 |
126.24 |
| 폴란드 |
126.45 |
| 멕시코 |
13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