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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길게 내뱉어주세요. 더 더 더…"
경찰이 손에 든 음주 측정기에 '0.059'라는 숫자가 표출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059%,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요일인 7일 오후 9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사거리 인근에서 경찰 단속에 적발된 40대 남성은 을지로 중국집에서 소주 약 반병을 마신 뒤 이곳까지 운전했다고 한다.
그는 "인근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잘 몰랐다"고 대답한 뒤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가 잡힌 곳은 지난 2일 일본인 관광객이 참변을 당한 자리에서 불과 150m 거리였다.
약 10년 전에도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있는 남성은 면허취소 조치가 내려졌다. 경찰은 그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교통경찰과 기동순찰대원 116명, 순찰차·오토바이 35대를 동원해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했다.
오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음주 사고 다발지인 강남역·교대역·양재역 일대와 흥인지문 인근에서 단속이 이뤄졌다.
오후 10시 11분께 서초구 서초역사거리에서 적발된 남성 정모(49)씨는 약 20분 전 소주 석 잔을 마시고 인천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3%.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정씨는 "인천까지 어떻게 운전하시려고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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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에 적발된 후 경찰 설명을 듣는 음주운전자
[연합뉴스 제공]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기준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하로 측정돼 훈방되는 이들도 종종 나왔다.
서초역 인근을 지나던 중년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24%로 측정됐다. 경찰은 "훈방 조치라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운전대를 잡지 말라고 당부했다.
운전 직전에 와인을 한잔했다고 밝힌 이 남성은 이후 차량 뒷자리로 탑승해 비상등을 켜고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이날 단속에서는 총 11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9건에 대해서는 면허정지, 2건은 면허취소 조치가 내려졌다.
최윤석 강남서 교통과장은 "음주운전이 중대한 범죄임에도 근절되지 않아 대대적인 단속을 한 것"이라며 "술을 마셨으면 운전하지 마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음주 사고 다발 지점에서 불시 단속을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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