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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연합뉴스 제공]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돼 1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20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5부(김양훈 부장판사)는 4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5)씨의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해 피해자 7명에게 1억1천여만원의 피해금을 수거하고 이를 조직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들에게 저금리 서민 대출이나 대환 대출을 권유하면서 현금을 받은 후 테더 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바꿔 보이스피싱 조직의 계좌로 입금했다고 봤다.

A씨 변호인은 그가 병역을 마치고 제대한 후 연예 기획사에 합격한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했다고 변론했다.

또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송금책, 환전책 등은 자신이 어디에 관여돼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피고인은 자신이 수거책인지 모른 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과 A씨 측은 보이스피싱 범죄 행위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는 정황을 알면서도 고액을 벌기 위해 이를 외면했으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에 큰 피해를 안기고 있다며 재판부에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은 A씨가 대환대출 관련 기망(속임·사기)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현금을 받은 것 역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고, 무지로 인해 사건에 휘말린 제가 너무 부끄럽다"며 "기회를 주신다면 좋은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8명은 만장일치로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을 택하면서도 집행유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참고해 "보이스피싱이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치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해도 심각하다"며 "피고인의 범행 가담 정도와 피해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