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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경축대회서 연설하는 김정은(연합뉴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 참석은 김 위원장의 다자 외교무대 '데뷔'다.
이날 북한은 김 위원장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세계대전) 승전 80돌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동시에 중국 측도 김 위원장을 포함한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 26명이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발표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등의 정상이 기념행사에 참석 예정이며 한국의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은 내달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식을 성대한 외교 이벤트로 치를 예정이다.
시 주석의 연설과 함께 자국산 신형·현역 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이 펼쳐지게 된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 푸틴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톈안먼 광장 성루에 서서 전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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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한 각국 정상들(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집권 후 다자 외교무대에 선 적이 없다.
김 위원장과 달리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열병식을 비롯해 다자 외교무대에 여러 번 참석했다. 중국 정부수립 5·10주년 기념행사(1954·1959), 소련 10월 혁명 40주년 기념행사(1957), 소련 공산당 제21·22차 대회(1959·1961),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1965) 등에 참석했다.
김정일은 10·20대 때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 등에 아버지를 따라가기도 했으나 집권 후로는 다자 행사를 기피했다.
김 위원장 역시 2018년 3월 방중 이래 싱가포르, 베트남, 러시아를 방문했지만 모두 양자관계 차원이었다.
여러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다뤄지는 다자 무대는 최고지도자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북한의 '유일 영도체계'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스스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중국 승전 기념식 참석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로서 위세를 과시하는 다자 외교무대에 김 위원장이 화려하게 데뷔하게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북·중·러 연대 구도를 부각하며 시진핑·푸틴과 대등한 지도자이자 외교무대의 주인공으로서 국제사회와 주민들에게 각인할 수 있다는 기대로 중국 승전 기념식을 통한 다자 무대 데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앞두고 중국과 관계 강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기념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및 브릭스(BRICS) 등 비(非)서방권 정상들과 연쇄 회동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러시아는 전쟁 종식 후 유럽 쪽에 정책 초점을 이동할 것이므로 북한으로서는 중국을 새로운 뒷배로 삼아야 한다"며 "북한으로서는 한동안 소원했던 북중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 열병식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이 북한과 다자 대화의 시발점이 되고 북미 정상회담을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