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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현지 생산과 판매 부진 여파로 현대차그룹의 대미 전기차 수출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9월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로 하반기 전망도 어두운 가운데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올해 1∼5월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는 작년 동기(5만9천705대)보다 88.0% 감소한 7천156대에 그쳤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87.0%가 감소한 3천906대, 기아는 89.1% 줄어든 3천250대를 수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이 본격화한 2021년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수출 규모다.
현대차·기아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1∼5월 기준 2021년 4천441대, 2022년 2만8천474대, 2023년 4만6천542대, 2024년 5만9천705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1년 1만9천820대, 2022년 6만8천923대, 2023년 12만1천876대, 2024년 9만2천49대 등이었는데 올해는 2만대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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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감소세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국에 전기차 생산 기반을 구축한 가운데 현지 판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고 상반기 동안 아이오닉5 2만8천957대, 아이오닉9 4천187대를 출고했다.
기아도 지난해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해 올해 미국에서 EV6 7천441대, EV9 7천417대를 생산해 판매했다.
여기에 현대차·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고전하는 상황이 겹치며 전기차 수출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만4천555대로 작년 동기보다 28.0% 감소했다.
미국 내 전기차 총판매량이 5.2% 증가한 가운데 역성장으로, 상반기 기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2021년 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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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트렌드 코리아 둘러보는 외국인들(연합뉴스 제공)
그런데 올해 남은 기간 전망은 더 어둡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시행으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오는 9월 말로 조기 종료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천828대(매출 19억5천508만달러·약 2조7천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가 중심인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작년 현대차그룹의 전체 전기차 수출(25만4천967대)의 36%를 차지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아이오닉5, 코나EV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 가동을 중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5번째 휴업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전기차 설비 등 투자를 많이 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특히 미국에 동반 진출하지 못한 업체들은 투자비 회수가 더 어렵다"고 짚었다.
부품업계 관계자도 "미래 차 전환을 목표로 선제적으로 연구개발도 하고 인력도 뽑았었는데 아직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못 벗어난 상황에서 수출까지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