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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현재의 항소 제도를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인데, 검찰은 그 반대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억울하게 기소가 돼 몇 년을 돈을 들여 재판받아서 무죄가 나왔는데도 검찰은 아무 이유 없이 항소한다"며 "무죄를 받아도 (검찰이) 상고를 하면 대법원 재판까지 가야하고, 그 과정에서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집안이 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1심에서 판사 3명이 재판해 무죄 선고가 나고, (이후 검찰의 항소한 뒤에) 고등법원 재판에서 3명의 판사가 이를 유죄로 바꾸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3명(1심)은 무죄, 3명(2심)이 유죄로 의견이 갈렸다면 무죄일 수도 있고 유죄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심이 뒤집히는 현재의 제도가 옳은 것인지 재차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1심 무죄 후 2심 유죄가 난 사례의 경우엔 1·2심의 순서가 바뀐다면 무죄가 되는 것 아니냐"라며 "결국 운수(에 달린 것) 아니냐. 말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는 확률이 5%라는 정 장관의 보고를 받고는 "나머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생고생을 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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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자 "대통령 말처럼 (현재의 항소 제도는) 타당하지 않다"며 "(검찰의) 항소·상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총장을 통해서 지휘해야 하는데, 매일 검찰 업무를 보고 받으며 (항소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구두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장관이 바뀌면 또 (지금의 절차가) 바뀔 수도 있지 않나"라고 묻자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규정을 다 바꾸려고 한다"며 개선책 마련을 시사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작심 발언'과 관련, 김남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오랜 철학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날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는 시점과 맞물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한 번 더 부각하기 위한 발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겪은 과정이 발언의 맥락에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해당 재판의 경우 1심에서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가 나왔으나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대법원에서는 다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이 되는 등 심급마다 판단이 계속 엇갈린 바 있다.
나아가 이번 발언은 비단 이 대통령 본인의 재판만이 아닌, 지난 정부에서 야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기소가 이어졌던 상황 전반을 고려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례로 '라임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기동민 전 의원 등이 최근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는데, 이처럼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기소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이 대통령의 발언에 담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기 전 의원 등의 무죄 판결을 거론하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허위와 작위였다"며 "검찰은 항소가 아닌 국민에게 사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