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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은 재래시장에서(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선언하면서 한국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약속했지만 나라살림은 더 빠듯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9년까지 재정지출이 재정수입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면서 4년 뒤 총지출은 83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충분치 못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늘면서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 50%를 넘어선다.
결국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재정관리수지 적자 폭은 2029년까지 매년 GDP 대비 4%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성장 잠재력을 위한 투자는 불가피하지만 나라곳간이 넉넉지 않은 탓에 정부가 지금껏 지키겠다고 약속한 재정준칙(3%)은 사실상 '공염불'이 되고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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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AI 데이터센터 내부 서버실 [NHN 제공]
◇ '이재명표 첫 예산' 총지출 증가율 8.1%…2029년까지 연 4∼5%로 둔화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정지출(728조원)은 올해 본예산보다 8.1% 늘어난 뒤 2029년까지 증가율이 매년 4∼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확장재정 기조는 다소 둔화하지만 매년 경상성장률을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인 만큼 경기 대응에는 문제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2029년 재정지출은 834조7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은 5.5% 수준으로 올해 본예산 증가율(2.5%)의 두배를 웃돈다.
정부는 2029년까지 인공지능(AI) 대전환 등 초혁신경제 실현, 국민안전 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 이 기간 연구개발(R&D) 분야 연평균 예산 증가율은 8.8%에 달한다.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되 낭비성·관행적 지출은 구조조정을 하는 노력도 계속된다.
재정지출 중 의무지출 증가세가 특히 가파르다. 의무지출은 4대 공적연금, 지방교부세 등처럼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올해 365조원인 의무지출 예산은 매년 평균 6.3% 늘며 2029년에는 465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2%에서 55.8%로 상승한다.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연금·의료 등 복지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국채 증가에 따른 이자부담도 의무지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내년 36조4천억원(총계 기준) 수준인 국채이자는 2029년 44조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반면 재량지출 비중은 올해 45.8%에서 2029년 44.2%로 줄어든다. 재량지출은 정부가 정책적 의지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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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곳간이 지출 감당할까…부족분은 국채로 충당
올해 651조6천억원이던 재정수입 예산은 2029년 771조1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중 국세수입은 같은 기간 382조4천억원에서 457조1천억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세·지방세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경기 회복에 따른 국세수입 증가 등으로 내년 18.7%에서 조금씩 상승해 2029년 19.1%에 이를 전망이다.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국민부담률도 같은 기간 26.2%에서 27.0%로 올라간다.
2029년까지 재정지출 증가율(평균 5.5%)이 재정수입 증가율(평균 4.3%)을 웃돌면서 재정수지는 악화하게 된다.
올해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을 거치면서 111조6천억원까지 늘어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109조원으로 줄었다가 2028년 128조9천억원, 2029년 124조9천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지출-총수입)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4.2%(추경 기준)를 기록한 뒤 2029년까지 매년 4.0∼4.4% 수준을 맴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재정준칙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준칙에서 정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기준은 '3% 이내'다.
지출 규모에 비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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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경으로 1천301조9천억까지 늘어난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 이상씩 늘며 내년 1천415조2천억원, 2027년 1천532조5천억원, 2028년 1천664조3천억원에 이어 2029년에는 1천788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49.1%에서 내년 51.6%로 50%를 넘어선 뒤 2029년 58.0%까지 급상승한다. 경제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나라빚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아직은 중기적인 예상치이기는 하지만, 국가채무 비율이 60% 부근까지 올라선다면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50.4%) 처음 50%를 넘어섰지만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연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된 뒤 다시 50% 밑으로 내려갔다.
내년 시장조성용이나 차환 발행을 제외한 국채 순발행 규모는 116조원이다. 이중 총지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한 적자국채는 110조원이다.
이로써 올해 924조8천억원인 적자성 채무는 내년 1천29조5천억원으로 1천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정부는 기존 재정준칙 기준이 다소 경직되고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현실적인 건전재정 기준을 고심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채무 비율 58%는 확장재정으로 성장률이 올라가고 세입 여건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성공했다는 가정을 굉장히 높게 하지 않은 결과"라며 "AI에 집중하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