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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에서 발언하는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초고강도 규제가 수도권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 때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과는 달리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수도권 선거 출마 준비자를 위주로 고육지책이라는 호소와 함께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줄을 있지만, 일부 강경파는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이 문제에 대한 공개 발언이 아직 없는 상태다.

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10·15 대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후속 대책이 이어진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뒤 취재진에게 "이번 대책은 규제 중심 측면이 있지만 규제뿐 아니라 추가 공급과 세제 합리화도 함께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집값을 잡기 위한 초강력 규제로 오히려 실수요자까지 집을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한강 벨트가 지역구인 한 의원은 "지역구 분위기가 정말 안 좋다"며 "부동산 대책은 사실 발표를 안 하는 게 제일 낫다"고 말했다.

실제 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번 대책 발표 전 규제 영향 최소화를 위해 일부 지역에 한정된 '핀셋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초강력 규제에도 또다시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해지거나 전세 대란이 발생할 경우 지방선거 민심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정부 부동산 대책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응급처방이자 불가피한 고육지책"이었다며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꺾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양질의 주택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는 실효적인 공급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이른바 '문재인 시즌2' 현실화 및 '내로남불' 비판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빚내서 집 사게 하는 것이 맞느냐"고 말한 김병기 원내대표가 잠실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 갭투자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 공세에 나섰다.

이에 지역구인 동작구에 사는 김 원내대표는 "13년간 실거주했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인터넷 일각에서는 '동작구로 이사 가면서 팔지 않고 간 것은 투자 목적 아니냐', '전액 현금으로 아파트를 샀느냐' 등의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충남 천안이 지역구인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모든 서민이 빚내서 집을 사진 않는다"며 "이번 대책은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라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초강수"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규제가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길게 보면 집값이 안정되면서 실수요자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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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지정 지역

[연합뉴스 제공]

동시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지지층의 요구대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직전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빚을 내서 자꾸 집을 사라고 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며 "지금은 그보단 집값을 잡는 게 더 급한 문제이고, 그래야 현금이 부족한 분들도 집을 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강서구가 지역구인 진 의원은 "부동산 세제에서 거래세와 취·등록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도록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개인적 생각으론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보유한 주택의 전체 가격을 합산해서 누진적으로 (세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