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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 [네이버웹툰 제공]

"요리는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행한 일 중 하나죠. 그래서 요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요. 역사와 요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요소를 섞으면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원작자인 박국재 작가는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에서 역사와 요리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버무려 낸 이유로 '이야깃거리'를 꼽았다.

역사와 요리 속에는 각각 깊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기에, 이를 합쳐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내놓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는 프랑스식 셰프가 16세기 조선에 떨어지고, 미식가이자 폭군인 연산군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다채로운 음식을 내놓는 과정을 그렸다.

박 작가는 29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가장 큰 모티브가 된 것은 '천일야화'"라며 "폭군과 여인의 긴장 관계는 오랜 세월 수없이 많이 변주된 이야기여서 사람들이 금방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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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폭군의 셰프' 한 장면 [SM엔터 제공=

그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생생한 음식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해 사료도 많이 찾아봤다.

박 작가는 "'음식디미방', '산가요록', '수운잡방' 등 대표적인 고(古) 조리서를 참고했다"며 "조선왕조실록 같은 정사는 물론 '용재총화', '태평한화골계전' 등 야담집까지 읽으며 조선시대 요리와 관련한 일화를 찾아 활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사료를 샅샅이 뒤져 작가가 가장 먼저 찾고자 했던 것은 당대의 식재료였다. 주인공이 현대적인 요리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이를 위한 식재료가 있는지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가 한식 하면 쉽게 떠올리는 고추는 16세기 초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운 식재료였다. 반면, 버터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박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 식재료는 16세기 조선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존재하지 않던 식재료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어떤 대체품을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그 과정이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재미있어야 해서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이처럼 식재료의 유무, 전래 가능성 등을 따져가며 의외의 요리가 조선시대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소설의 묘미로 꼽힌다.

예컨대 주인공이 마카롱을 만드는 장면도 아몬드, 버터, 설탕 등 주요 식재료가 모두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문헌 근거가 남아있어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박 작가는 "조선시대에 굳이 마카롱을 등장시킨 이유는 '조선시대에 아몬드 나무가 있었다'는 독특한 기록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트뤼프, 캐비아 등 원작 속 황당한 식재료들은 전부 당시 존재했던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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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 [네이버시리즈 갈무리=

매화 말미에 '작가의 말' 코너를 통해 작중 식재료와 조리법의 근거가 되는 사료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 작가는 "등장하는 내용들이 전부 고증을 무시한 판타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사실에 근거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소설을 가볍게 웃으면서 읽다가도 작가의 말을 보고 '이게 가능하다고?'라는 식의 놀라움을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 웹소설은 임윤아, 이채민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각색을 거쳐 소설과는 비슷한 듯,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8회 만에 시청률 15%를 넘겨 올해 tvN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냈고,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에서도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보다도 더 재미있었던 드라마 속 장면으로 음식을 먹고 감탄하는 인물들의 표현을 꼽았다.

그는 "영상으로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까 싶었던 장면인데, 결과물이 상상보다 훨씬 더 유쾌하고 재미있게 표현됐다"며 "그런 코믹한 장면이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