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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외국에서 수입되는 의약품과 대형 트럭, 주방 및 욕실 가구, 소파 등 연질가구 등에 다음달 1일(현지시간)부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들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의약품 100%, 대형 트럭 25%, 주방 및 욕실 가구 50%, 소파 등 천이나 가죽이 씌워진 가구 30% 등이다.
이에 따라 대미(對美) 수출을 하고 있는 한국의 관련 업계에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처럼 관세 부과를 알리는 게시물을 연달아 3건 올렸다.
그는 의약품과 관련, "기업이 미국에 의약품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 않다면, 2025년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 중 특정 상표명으로 판매되는 제품) 또는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설하고 있다'는 것은 '착공' 그리고/또는 '공사 중'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공장) 건설이 시작됐다면 이들 업체의 의약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 부문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최근 각국의 거대 제약회사들은 앞다퉈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제약회사 GSK는 지난 16일, 5년간 미국 내 연구개발(R&D)과 공급망 인프라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도 같은 날 미국 버지니아주에 50억달러를 들여 제조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앞서 존슨앤드존슨은 향후 4년간 미국 내 제조, 연구 및 기술 부문에 5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우리의 위대한 대형 트럭 제조사들을 불공정한 외부 경쟁으로부터 지키기 위함"이라며 외국산 대형 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피터빌트, 켄워스, 프라이트라이너, 맥 트럭스, 다른 업체들 등 우리의 위대한 대형트럭 제조회사들은 외부 방해의 맹공으로부터 보호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의 트럭 운전사들이 재정적으로 건실하고 강건할 필요가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국가 안보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모든 주방 수납장, 욕실 세면대 및 관련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추가로 겉천이 씌워진 가구(Upholstered furniture)에 3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겉천이 씌워진 가구는 목재나 철재가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천이나 가죽으로 씌워진 소파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에 의한 미국으로의 유입량이 대규모라며 "이는 매우 불공정한 관행이지만, 국가 안보와 다른 이유로 우리의 제조 과정을 지켜야 한다"고 가구류에 대한 관세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예고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대통령에게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부여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의약품과 중·대형 트럭 및 그 부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 지난 4월 이 법 조항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고, 수입 가구에 대한 조사는 지난 8월 시작했다.
중형트럭은 총중량이 1만 파운드(약 5천536㎏)보다 크지만 2만6천1 파운드보다 작은 트럭을, 대형트럭은 총중량 2만6천1 파운드 이상인 트럭이다.
전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적법성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의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다음달 1일을 닷새 남긴 상황에서 이번 관세 부과 예고가 한국의 관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7월 30일 한미 양국이 큰 틀에서의 무역협정을 합의했을 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인 반도체·의약품에 대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양국 간 협정 최종 타결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의 이러한 약속이 관세 부과일부터 지켜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의약품 232조 조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 품목의 하나인 반도체도 지난 4월 의약품과 동시에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곧 관세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형 트럭과 가구류에 대한 관세가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은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대미 화물차 수출은 올해 1∼8월 450만 달러(약 64억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가구류 전체 수출 규모는 3천만 달러(약 424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