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배우 함은정 [마스크스튜디오 제공]

"일일드라마 요정, 공주 이런 타이틀은 무겁잖아요. 저는 제가 '일일드라마의 일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주인공을 했지만 조연, 주조연도 넘나들면서 늘 시청자 옆에 친숙한 느낌으로 있고 싶어요."

KBS 2TV 일일드라마 '여왕의 집'에서 주인공 강재인을 연기한 배우 함은정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붙이고 싶은 수식어를 묻자 겸손하게 말했다.

함은정은 2021년 '속아도 꿈결'을 시작으로 '사랑의 꽈배기'(2022년), '수지맞은 우리'(2024년), 올해 '여왕의 집'까지 연달아 KBS 일일드라마에서 시청자를 만났다.

기본이 100부작인 일일드라마는 호흡이 길고, 연기 톤도 미니시리즈와는 미세하게 달라 배우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으로 꼽힌다.

함은정은 "일일드라마는 세트 촬영에서 1·2·3번 카메라 등 특유의 시스템이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을 잘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배우를 찾다 보니 '속아도 꿈결'에서 연기했던 저를 눈여겨봐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야외 촬영에서는 ENG 카메라가 가까이 붙어주지만, 세트 촬영에선 그렇지 않다. 세트장을 다 울리고, 기개를 펼쳐야 한다"며 "마치 연극을 TV로 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걸그룹 티아라 출신인 함은정은 젊은 층에는 친숙한 얼굴이다. 여기에 일일드라마를 통해 좀 더 높은 연령대 시청자들에게도 얼굴을 알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기성세대분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큰 목표였다"며 "제 팬들이 '저도 언니를 좋아하고, 제 부모님도 언니를 좋아해요'라고 할 때 찡했다"고 떠올렸다.

X
배우 함은정 [마스크스튜디오 제공]

19일 100화로 마무리된 '여왕의 집'은 KBS 일일드라마에 대한 통념과 달리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를 내세워 주목받았다.

유복하게 살아온 강재인이 남편과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정신병원에까지 갇혔다가 속 시원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함은정은 "제가 '여왕의 집'에서 5단 변신을 했다. 재인이는 처음에는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인물이다가 나중에는 복수하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며 "냉탕과 온탕을 여러 번 오가는 이야기는 일일극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고 장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초반부터 불륜, 부모님의 죽음 등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고 저 역시 착한 여주인공 선례를 깨부수고 '매운맛'을 보여줬다"며 "이런 식의 복수극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함은정은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카페를 찾았다. 무릎 인대가 파열돼 전치 8주 진단을 받았고, 그 가운데서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그는 "촬영 중에 빗길을 지나가다가 무릎을 다쳤다. 10년 전에 티아라 활동 중에도 다쳤던 부위"라며 "극의 흐름이 깨질까 봐 걱정이 많았다. 구두 대신 플랫슈즈를 신고, 걷는 모습은 대역을 쓰면서 최대한 다친 것을 숨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8주를 내리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 '여왕의 집' 촬영을 마치고는 티아라 행사로 몽골을 찾았고, 또 새로운 작품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렇게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이 복 같아요. 티아라 활동 때도 앨범마다 변신해서 그런지, 저도 계속 변신하고 싶더라고요. '여왕의 집'이 마라 맛이라면, 다음 작품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같다고나 할까요. 조금 더 따뜻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