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강버스 기다리는 시민들

[연합뉴스 제공]

"12시 30분 한강버스 150석도 매진입니다. 다음 배는 2시에요."

18일 오전 10시 30분께 찾은 한강버스 마곡 선착장은 한강을 누빌 새 수상교통 수단인 한강버스 첫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맑은 날씨를 즐기며 배를 타려는 가족, 청년들부터 자전거를 싣고 잠실로 가려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출발 30분 전인데도 선착장 밖까지 사람들이 늘어서자 한강버스 직원들이 11시 배를 탈 수 있는 대기표 150장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마감됐다.

11시 배가 떠나 조금 한산해지자 다음 편인 12시 30분 배에 탑승하기 위한 대기표를 배부했는데, 이 역시 11시 10분께 매진이었다.

운항 첫날 사람들이 몰리자 임시 대기표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혼란도 빚어졌다.

일찌감치 도착해 기다렸는데도 대기표를 못 받은 사람이 많아 곳곳에서 "이미 티켓을 구매했는데 왜 못 탄다는 거냐"는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선박장 키오스크에서는 어린이·청소년 티켓을 구매할 수 없어 몇몇 시민이 불편을 호소했다.

네 살 아이를 데려온 박한솔(38) 씨는 "어린이 표 발권하는 창이 아예 없고 오로지 성인 요금만 받는다"면서 "직원들이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타라는데 배 위에서 2시간을 어떻게 그러냐"고 말했다.

12시 30분이 되자 마곡 선착장에서 한강버스가 정시 출발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승객들 대부분은 창가 좌석 쪽에 앉은 뒤 통창을 통해 한강의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다.

갑판에 나가 강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았다.

갑판에 나가 보니 왼편에는 북한산, 앞에는 여의도 마천루, 우측에는 한강 변 녹지까지 파노라마로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한강버스의 속도는 시속 22∼23㎞로 자전거보다 조금 빠른 정도지만 눈요기를 즐기다 보니 느리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기온은 24도 안팎이었는데 선내는 에어컨이 가동돼 시원했다.

소음도 옆 사람과 조용히 대화하기에 문제없는 수준이었다.

X
한강버스 정식운항 시작

[연합뉴스 제공]

한강버스를 여가용만이 아니라 출퇴근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10시부터 나와 탑승하기 위해 기다렸다는 조승현(36) 씨는 "마곡에서 2시간 걸려 잠실까지 출퇴근한다면 무리겠지만 여의도가 직장이라면 충분히 이용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모(26) 씨는 "다른 대중교통은 한 번 놓치더라도 15분쯤 지나 다음 차가 오는데 한강버스는 90분 후에야 온다"면서 "출근용으론 탈 수 없다는 거다. 여행용, 관광용으로는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만 해도 승·하선하는 승객들이 몰리다 보니 배가 예정된 출발 시각에서 5∼10분쯤 늦게 출발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리면 결항하거나, 운항 중일 땐 인근 선착장에 하선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조씨는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갑자기 내리라고 하기보다는 미리 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가용으로는 이만한 교통수단이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수용(68) 씨는 "자전거를 싣고 가려 한다. 배를 타고 가 잠실에서 운동하고 다시 한강버스로 돌아올 것"이라며 "2시간이 조금 긴 듯 해도 바쁘게 갈 이유가 없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안전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에 들어간 이날도 압구정 선착장을 향하던 중 레저보트와 충돌할 뻔한 상황이 벌어졌다.

항로 한가운데 수상스키 보트가 있어 한강버스가 5초 이상 경적을 울렸지만, 수상스키를 타던 사람이 물에 빠진 탓에 보트가 항로 주변을 맴돈 것이다.

위험을 감지한 한강버스 승객들도 보트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비켜요, 비켜"라고 소리 질렀다. 다행히 충돌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레저업체와 협의했으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던 것 같다"면서 "첫 운항이라 아직 한강버스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고 위험이 줄도록 계도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한강버스 정식운항에 맞춰 시승식을 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승 행사에서 "이 교통수단은 다른 교통수단이 가지고 있지 않은 개성이 있다"면서 "도시 생활 속 스트레스와 압박으로부터 힐링, 자유, 치유 기능"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정식 운항 시작 이후 두 달 내로 평가가 이뤄지고 내년 봄이 되면 본격적으로 가늠이 가능한 시점이 될 것"이라며 "생각보다 느리다는 걱정이 많은데 모든 것은 서울 시민들의 평가와 반응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날 11시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정원 199석)는 4편(마곡↔잠실 각 2편) 운행하는 동안 871명(오후 1시 20분 기준)이 탑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