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와 사고 당시 파출소에 함께 근무했던 팀원 4명이 15일 오전 이 경사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 청기와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고(故) 이재석 경사(34)가 구조 활동 중 목숨을 잃은 사건을 두고, 내부에서 은폐 지시가 있었다는 충격 폭로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영흥파출소 동료 해경 4명은 15일 오전 발인 전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직후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 절대 말하지 말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 앞에서는 아무 말 하지 말고 눈물만 흘리라”는 지시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출동 사실이 팀 내 공유되지 않은 점 ▲보고 절차가 지연된 점 ▲2인 1조 원칙이 무시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 경사가 사실상 홀로 위험에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인천해경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광진 인천해경서장은 “은폐 지시는 없었고, CCTV·무전 기록·드론 영상 등 모든 자료를 유족에게 제공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해양경찰청 역시 “엄중히 조사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구조 현장에서의 안전 지침 준수 여부, 지휘 체계의 책임 소재, 은폐 의혹 진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적 관심은 외부인 6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쏠리고 있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7분께 대조기를 맞아 드론 순찰을 하던 업체가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는 영상을 확인한 뒤 영흥 파출소로 연락하자 혼자 현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당일 오전 3시께 발을 다친 A씨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오르자 부력조끼를 벗어서 건네고 순찰 장갑을 신겨준 뒤 육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실종됐다가 6시간여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