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 [통일교 제공]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두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오는 15일 나와 조사받으라고 다시 통보했다.

박상진 특별검사보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학자 총재의 변호인들이 건강상 사유로 불출석 사유를 제출했다. 이에 세 번째 소환을 통보했다"며 "다음 소환 조사 예정 일시는 15일 오전 10시"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다른 공적 인물과 마찬가지로 한 총재를 공개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재가 출석 요구에 응하면 여느 주요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취재진 포토라인 앞에 서게 된다.

특검팀은 지난 8일과 11일 두차례 출석일을 지정해 통보했으나 한 총재는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모두 불응했다.

지난 4일 심장 관련 시술을 받은 뒤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를 밑도는 등 건강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총재 측은 건강 상태를 입증하기 위해 구체적인 수치 자료도 불출석 사유서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의 갑작스러운 심장 시술이 특검 소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통일교 측은 "한 총재는 평소 심장에 무리를 느껴 왔고, 시술을 계속 권유받아 왔다"며 "시술은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특검팀이 세 번째 출석요구에도 불응할 경우 자진해 조사받을 의사가 없다는 판단 아래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18일 가평에 있는 한 총재 거처 '천원궁'과 서울 용산구 소재 한국본부 등 통일교 시설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권 의원과 전씨 등 주요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윤씨와 김 여사를 먼저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한 총재와의 연관성을 적시했다.

윤씨 공소장에는 윤씨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여사 공소장에는 한 총재가 본인의 목표였던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고 적혔다.

한 총재와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 총재는 지난달 말 교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가진 김 여사 개인 휴대전화의 통신 기록을 가져오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통상의 강제적 압수수색이 아니라, 기관 간 개인정보가 포함된 수사 자료를 넘겨받으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형태를 취했다. 해당 통신 기록 기간은 2023년 7∼9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통신 기록은 순직해병 특검팀 출범 전 관련 사건 전반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먼저 확보했고 이후 특검팀이 출범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지난 7월 공수처가 이를 이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