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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17일 오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다.

지난 7월 2일 현판식과 함께 수사를 개시한 지 71일 만에 윤석열 정권 국방부 최고 책임자를 조사실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은 10일 언론 공지에서 "채해병 특검에서 17일 오전 10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위한 출석 요청을 받았고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병특검 측에 공식 출석요구서 교부와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담보하기 위한 영상 녹화조사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하는 핵심 고리로 꼽힌다.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도피성 출국을 감행했다는 논란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오는 17일 이 전 장관을 상대로 호주 도피성 의혹부터 캐물을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선상에 올라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지만 지난해 3월 4일 윤 전 대통령에 의해 호주대사에 임명됐다.

그로부터 사흘 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호주로 떠났다가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3월 28일)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귀국했다.

특검팀은 당시 회의가 이 전 장관의 귀국을 위해 급조됐으며, 외교부 등 주관 부처가 아니라 국가안보실 주도로 기획된 일정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피하도록 도운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도피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은 이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급작스러운 귀국은 외교적으로 결례가 될 수 있어 공식적인 회의로 불러들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변호인 측이 요청하는 영상 녹화조사에 대해 특검팀은 기존 조사 관례에 준해 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도피 의혹을 우선 조사한 뒤 추후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한 사실이 드러나 일찌감치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키맨'으로 지목돼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이 2023년 7월 30일 초동조사 내용을 보고한 때부터 이튿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후까지 일련의 상황을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월 특검팀에 의견서를 통해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채상병 사건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수사 외압의 시작점으로 지목됐던 대통령실 명의 유선전화인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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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특검, '이종섭 도피 출국' 의혹 외교부 압수수색[연합뉴스 제공]

특검팀은 이 전 장관 소환에 앞서 이날 오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신 전 차관에 대한 조사는 오는 11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신 전 차관에 이어 이 전 장관 소환조사까지 마무리되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특검팀 수사가 본격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전 장관은 국회 증언거부 혐의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작년 7월 국회에서 '02-800-7070 전화를 누가 사용하는지 알고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밝힐 수 없다"고 증언을 거부한 혐의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