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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일당 영장실질심사[연합뉴스 제공]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공영주차장 인근. 중형 SUV 차에 탄 남성들이 차창을 내리더니 가방을 멘 초등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겁에 질린 초등학생들은 도망쳤다. 운전석에는 대학생 A씨, 조수석엔 자영업자 B씨, 뒷좌석엔 대학생 C씨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20대 초반으로 중학생부터 친구 사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일 브리핑을 열고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서대문구 초등학생 유인 미수 사건 피의자 3명을 긴급체포하고 범행을 주도한 2명에 대해 미성년자 유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오후 3시 31분∼36분 세 차례에 걸쳐 초등학생들을 유인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 초등학교 저학년 4명에 접근해 세 차례 범행…"장난이었다" 진술
지난달 28일 오후 3시 30분께 식당에서 짬뽕을 먹고 귀가하던 이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해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는 등 세 차례 범행을 이어갔다.
이들이 말을 걸자 초등학생 2명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일부 초등학생은 말을 무시한 채 무심하게 지나쳤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피의자들은 차에서 내리진 않았으며 전부 차량 너머 대화가 이뤄졌다.
피해 초등학교는 2곳, 피해자는 남자 초등학생 4명으로 모두 저학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전날 술을 마신 뒤 만나 짬뽕을 먹고 장난을 쳤다고 진술했다. "아이들이 놀라는 것에 대해 재미 삼아서 했다는 것이다. 즉석에서 범행을 계획했고 실제 차량에 태울 의도는 없었다는 게 피의자들의 주장이다.
일부 피의자는 전과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동종 전과는 없었지만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전과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성범죄 전과는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뒷좌석에 탄 C씨의 경우 "잘못되면 중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친구들을 제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차량과 이들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해 테블릿 PC와 휴대전화 3대 등을 확보했으며 현재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차는 A씨의 아버지 소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홍은동에 거주하던 A씨가 이 차량을 타고 대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3명 모두 범행 당시 마약류 투약이나 음주 정황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범행을 입증할 만한 내용이 확인되진 않았다"면서도 "사회적 불안감 등을 중대하게 판단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일회성 장난이 아닌 3차례 범행을 시도한 점도 영장 신청 사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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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일당, 영장실질심사[연합뉴스 제공]
◇ 경찰, 초기 수사 미흡 인정…"최초 신고 차량과 범행 차량 달라 혼선"
경찰은 초기 수사에 일부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피해 초등학교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교 인근에서 유괴 시도가 있었다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언론 보도로 이어지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초기에 "실제 신고 내용과 관련한 범죄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으나 추가 신고가 접수되면서 범행 차량 재추적에 나섰고 피의자들을 순차 검거했다.
첫 신고 당시 신고된 범행 차량이 흰색 스타렉스였으나, 실제 범행 차량은 회색 쏘렌토여서 수사에 혼선이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홍은동 공영주차장 인근에서 추가 신고가 들어와 추가 수사가 이뤄졌고 학생들이 달아나는 모습을 포착해 범행을 확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초기 신고 당시 CCTV 영상에는 쏘렌토가 4초가량 멈춰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영상에 흰색 스타렉스가 없고 피해 아동들이 반응하거나 놀라 도망치는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해프닝'으로 결론지었다. CCTV를 확대하거나 다른 각도에서 챙겨보지 않은 것이다. 초동 수사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그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가 불안감에 사로잡힐 수 있어 범행 영상은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의자 2명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중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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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일당, 영장실질심사[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