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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헌화(연합뉴스 제공)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인내심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의 반대와 정권 초반 국정 동력 약화 우려에도 광복절 특사에 포함하는 결단을 했는데 한동안 자숙을 기대했던 조 전 대표가 출소와 동시에 내년 선거 출마 선언 등 '자기 정치'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조 전 대표의 SNS 정치 및 광복 행보와 맞물려 민심 이반 흐름이 일부 가시화되자 당 지도부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메시지까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22일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조 전 대표 사면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최초로 사면으로 복귀한 정치인으로서,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조금 신중한 행보를 하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의) 'N분의 1' 발언에 당내에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사면 자체에 대해 대통령의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조 전 대표가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N분의 1' 언급은 조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내 잘못도 있지만 이 대통령과 민주당 잘못도 있다는 말 아니냐"(한 재선 의원)는 반응까지 나온 상태다.
이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N분의 1 발언은 낮은 자세라고는 보이지 않는 부적절한 처사"라며 ""딱 2주 정도만이라도 자제하며 뜸을 들이면 오히려 관심이 더 집중될 텐데 정무적 판단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대표 사면과 관련, "이번 정치인 사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이 이 대통령"이라고 했다.
조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여권 내 부정적 기류와 맞물려 그에 대한 특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의원은 공개적으로 사실상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강득구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조 전 의원을 면회하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사면을 건의했던 당사자로서 지금의 모습은 당혹스럽다"며 "조금 더 자숙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오자마자 개선장군인 양 언제 출마하겠다 등 메시지를 내서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며 "조 전 대표와 가족이 윤석열 정권에서 도륙당한 데 대한 부채가 있어 사면을 촉구했었는데 사면 이후 성찰·자숙의 모습이 있어야 했다는 게 저와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기류는 공정 이슈와 맞물린 조 전 대표의 광폭 행보에 대해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권 초반 국정 과제를 힘있게 추진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특사 이슈 여파로 50% 초중반까지 내려간 상태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사면도 사면이지만 조 전 대표가 '제가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2030이 마음을 열겠냐'면서 바로 정치 행보에 나선 것이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며 "조 전 대표가 사면 전 여권 인사의 면회 때 사면되면 한 달간은 자숙한다고 했는데 그에 비춰보면 현재 모습은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신중 행보 주문에도 조 전 대표는 정치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25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이번 달 말까지 호남 지역을 돌며 당원 간담회 등을 가지면서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 대비에 나선다.
그는 이날 오전에만 게시물 4개를 연달아 올리는 등 SNS 정치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