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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하는 이재명 후보(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10대 공약을 발표하며 자신이 구상한 정권교체 뒤 국정운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포함한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군·검찰·사법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 의지 역시 함께 부각했다.

다만 개헌 문제나 정부 조직 개편 등 관심이 쏠렸던 일부 주제는 이번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성환 정책본부장은 "몇 가지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는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력기관 개혁 고삐…검찰 통제·사법 개혁 구체화

민주당은 우선 "내란 극복과 K 민주주의 위상 회복으로 민주주의 강국을 만들겠다"며 이 후보의 공약에 수사·기소 분리와 검사 파면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검찰 권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검찰을 기소 중심의 '기소청'으로 재편하고, 수사 기능은 별도 조직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이관하는 방식 등으로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위 검사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수단으로 '검사 파면 제도' 도입을 공약에 담았다. 현행 검사징계법상 검사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 5가지 징계만 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파면을 포함해 징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감사원에 대해서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감사 개시와 고발 여부 결정 시 감사위원회 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내부 감찰 기능을 담당할 내부 감찰관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명시했다.

사법 개혁 방안으로는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 대법관 증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등을 추진하고, 국민 참여 재판 확대를 통해 국민의 사법 참여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성준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은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증원 규모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사법부와도 얘기를 잘 나누고 대법원 재판의 현실도 고려해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개혁 차원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핵심 공약으로 발표하며 국민에 봉사하는 군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3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군 정보기관 개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과정에서 현재의 군 인적 구성이나 지휘부의 폐쇄적인 문화가 가진 위험성이 드러났다는 게 이 후보와 민주당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초대 국방부 장관은 군 출신이 아닌 민간에서 발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 본부장은 "이번 내란 사태의 주동이 된 방첩사를 비롯한 군 정보기관에 대해서는 반드시 편제를 개혁해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은 나중에 내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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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 시작, 거리에 붙은 후보 현수막(연합뉴스 제공)

◇ '잘사니즘' AI·K 콘텐츠로 성장전략…2차 추경·기본사회도 포함

이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경제·산업 분야 공약을 첫머리에 내세우며 신산업과 문화산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강조했다.

AI(인공지능) 분야에선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GPU 5만 개 확보,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AI 미래인재 양성 확대 등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K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콘텐츠 제작 전 과정에 대한 국가 지원,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 K컬처 플랫폼 육성, 문화 수출 50조원 달성 등을 제시하며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 실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이미 통과된 12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이 경기 활성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과감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후보는 재정을 적극 활용해 경기 부양과 민생 안정의 마중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도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이 후보는 '온 사회가 다 같이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를 실현하겠다며 교육·보육비 지원 확대, 온 동네 초등돌봄 체계 구축, 간병비 부담 완화 등을 약속했다.

부동산 공급 정책과 관련해서는 진 본부장은 "주택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 방침"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두 가지 기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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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서 유세 시작한 이재명 후보(연합뉴스 제공)

◇ 의료개혁 '공론화위' 논의…노란봉투법 추진 포괄임금제 금지 등도 명시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민 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신고리 원전 설치 공론화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일방통행식 추진으로 실패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의료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외정책에서는 '국익과 실용' 중심의 외교를 강조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도모하는 한편, 유럽과의 협력 강화, 통상·공급망 기반 경제외교 확대 등을 통해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수도권 일극 체제 해결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임기 내 건립,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방교부세 확대 정책 등도 공약에 담았다.

노동 분야에서는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명시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 포괄임금제 금지, 주 4.5일제 등을 명시했다.

이처럼 성장에 초점을 맞췄으면서도 '노란봉투법' 추진, 상법 개정 등 재계가 반대해 온 공약의 추진을 두고서는 경제계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진성준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은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그것(해당 공약들)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경제를 건전하게 성장시킬 것"이라며 "민주당 정책이 경제 선순환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점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