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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1일 낮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소속 경찰관들이 나들이객이 몰린 공원 곳곳을 누비며 치안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하반신에 옷처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있었다. 허리춤에 벨트를 차고 게 다리처럼 생긴 로봇을 양쪽 허벅지에 연결한 모습이 마치 영화 속 '로보캅'을 연상케 했다.
순찰팀장인 신승국 경정은 "처음 착용하고 순찰에 나섰을 때는 시민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의식되기도 했다"며 "오래 걸어야 할 때 로봇이 많은 도움이 되고 특히 달릴 때는 로봇이 있고 없고가 확 체감이 다르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30일까지 여의도 일대에서 드론(무인기)과 웨어러블 로봇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K-스마트 순찰'을 시범 운영한다고 이날 밝혔다.
주말·공휴일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한강·여의도·샛강공원과 복합쇼핑몰, 여의도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기동순찰대 4개 팀(약 30명)을 투입해 범죄 예방 순찰을 한다.
여의도는 봄철에 특히 치안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 중 하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약 547만명이 여의도를 찾았고 112 신고는 전 분기 대비 57% 증가했다.
기동순찰대원들은 권총과 수갑 등 3㎏ 무게의 장구류를 착용하고 하루 2만보가량을 걸으며 이곳 일대를 순찰한다고 한다.
지난 2일부터 이들은 국내 로봇기업 위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보행보조로봇 '윔S'를 입고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1.6㎏ 무게의 이 로봇을 입으면 20㎏짜리 배낭의 체감 무게를 12㎏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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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해보니 낯선 느낌도 잠시, 걸을 때마다 마치 누군가 다리를 함께 밀어주는 것 같아 몸이 한층 가벼웠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계단에 오를 때는 로봇이 다리를 잡아당겨 줘 힘을 덜 들일 수 있었고 반면 내리막에서는 다리를 묵직하게 잡아줘 충격을 막아줬다.
경찰은 로봇을 활용해 골목길 등 경사가 심하고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장시간 순찰할 수 있고 기동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늘에서는 열화상 감지 기능이 탑재된 드론이 순찰에 투입된다. 움직이는 사물을 인공지능(AI)으로 실시간 인식하고 자동 추적해 한강공원의 수풀 등 치안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은 이날 한강공원에서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 드론을 시연했다. 공원 상공을 나는 드론 카메라에 태블릿PC를 훔치는 수상한 남성이 포착되자 AI가 이 남성의 인상착의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동선을 추적했다.
강변 수풀 한가운데 쓰러진 조난자도 맨눈으로는 도저히 찾기 어려웠으나 드론의 열 감지 기능으로 빠르게 찾아 구조할 수 있었다.
경찰은 이 밖에도 차량 접근이 어려운 공원과 강가에 각각 친환경 전기자전거와 순찰정을 활용하는 등 지상과 공중, 강이 하나로 연계된 3차원 입체 순찰 체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K-스마트 순찰은 서울 도심 최초로 첨단기술을 접목한 과학치안을 구현하는 첫걸음"이라며 "시민 체감안전도를 높이고 여의도를 더욱 안심하고 증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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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K스마트 순찰' 시범 운영(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