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피해를 본 이용자 일부는 사건 발생 이후로도 휴대전화에 여러 가지 이상이 감지됐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KT는 이번 사태로 발생한 피해액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으나, 피해자들은 이미 개인정보가 탈취된 상황에서 또 다른 범행에 노출된 것은 아닐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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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시에서 소액결제 피해를 본 40대 여성 류모 씨는 13일 연합뉴스에 최근 휴대전화에 처음 보는 알림 메시지가 연달아 뜨고 있다며 걱정 섞인 반응을 전했다.
류씨의 휴대전화에는 어머니 자택의 공동현관 출입문을 원격으로 열 수 있는 기능의 앱이 설치돼있다고 한다.
그런데 전날 오전 2시 16분 갑자기 해당 앱이 정상 작동 중이라는 내용의 푸시 알림이 떴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류씨의 휴대전화에는 이 앱과 관련된 알림은 뜬 적이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시각 류씨의 휴대전화에는 걸음 수 측정 앱의 푸시 알림과 함께 "자동으로 걸음 수를 측정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도 나타났다.
한창 잠든 시간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알림 메시지를 연달아 받은 류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류씨는 "공동현관 원격제어 앱의 경우 직접 앱을 열어야 알림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누군가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이 앱을 열어본 것이 아닐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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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서는 소액결제 피해를 보기에 앞서 류씨가 겪은 것과 비슷한 전조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광명시에 사는 다른 피해자는 지난 2일 저녁께 걷기 운동을 하던 중 항상 이용하던 걸음 수 측정 앱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이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생긴 지 불과 수 시간 뒤인 3일 새벽 시간대 그는 76만4천원의 자동결제 피해를 보고야 말았다.
이상이 감지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가 이어진 만큼, 해커가 소액결제 외 휴대전화의 다른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밖에 피해자들 가운데서는 새벽 시간 다른 지역에서 본인 명의 SNS 계정의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당 현상들이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와 연관된 것인지는 향후 보안 당국과 수사 당국의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다만 여전히 해킹의 범위와 양상이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인 만큼 이용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는 "해킹을 통한 도청이나 촬영이 이뤄질까 걱정된다", "모바일 뱅킹을 계속 이용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등 걱정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킹의 경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관계로 이에 따른 여파 또한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각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로그 기록 등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번 사태와의 연관성을 추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