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 정상 산책로가 러브버그로 가득찬 모습. cjsgkwp0@gmail.com 박영훈 기자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량 출몰해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윤환 계양구청장이 "국민들이 좀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구청장은 7월 2일 계양구청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해충이라면 박멸 작업을 하지만, 러브버그는 익충이라 단체장으로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이 너무 많아 이제는 ‘러’ 자만 들어도 잠을 못 잔다”며, “계양산의 서식 환경이 워낙 좋아서 러브버그가 군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구청장은 “만약 방제 작업을 통해 전멸시켰다면, 환경 단체로부터 엄청난 항의가 들어왔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방역과 청소는 철저히 하되, 전멸시키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살수차도 친환경 방제라고 하지만 결국 죽이는 것”이라며 “러브버그는 4~6일 정도밖에 살지 않고, 큰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무리한 제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계양구에 따르면,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단 5일간 러브버그 관련 민원 359건이 접수됐다.
특히 SNS에는 등산로와 정상 일대에 러브버그가 떼로 몰려 있는 사진과 영상이 확산되며 주민 불만이 급증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계양산 산책로 곳곳에 러브버그 떼가 시커멓게 붙어 있고, 정상 부근에는 날벌레가 셀 수 없이 떠다니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주민들 및 등산객들은 “등산은 커녕 산책조차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윤 구청장의 “국민이 불편을 좀 참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일부 주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책임한 훈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시민은 “환경단체 눈치는 보면서 주민 불편은 참고 넘기라는 말이냐”며, “정작 피해를 겪는 건 우리인데 익충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계양구는 현재 민원이 집중된 계양산 정상 부근을 중심으로 대형 ‘끈끈이 트랩’을 설치해 러브버그를 포획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구는 살수차, 송풍기, 에어건 등을 동원해 친환경 방식의 청소 및 방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당분간 러브버그 주요 출몰지에 대한 집중 포획 및 물리적 방제 조치를 계속 시행할 방침이다.
윤환 구청장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끝까지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