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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 참석한 권성동 원내대표(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의원들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에서 김문수 당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영남의 한 재선 의원은 전날 밤 당 소속 의원들의 단체대화방에 단일화 협상을 촉구하는 조해진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고 "도대체 무엇이 중한가"라며 신속한 단일화를 강조했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를 지지 선언했던 해당 의원은 "주민들 원성이 빗발친다. 사심으로 딴짓하면 저는 결단하겠다"며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김 후보가 한 후보와 단일화 논의에 응하지 않을 상황까지 가정하고 '사심으로 딴짓'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김 후보를 강력하게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일화 촉구 게시글에 중진의원을 포함한 의원 10여명도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 "분열은 필패"라며 의총 소집을 촉구했다.

이어 김 후보 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사무총장에 내정됐던 장동혁 의원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의총 개최를 요구했다고 한다.

아울러 4선 의원 11명 전원은 이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당 내부에서 신속한 단일화 목소리가 빗발친 데는 김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난 3일 이후 한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경선 국면에서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며 당원들과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김 후보가 정작 후보가 된 뒤 단일화 논의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인 셈이다.

지도부는 이날 저녁 7시 의총을 소집,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김 후보 측은 당 의원들이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한 것에 반발했다. 협상 시한을 정해 김 후보를 압박하는 듯한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김 후보 캠프 최인호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한덕수 전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마지노선을 11일로 마음대로 설정하고 압박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김 후보의 지위와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를 중심으로 명분과 정당성을 가진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 측근으로 알려진 차명진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5월 3일 오후 4시부로 당무의 전권은 김 후보에게 주어졌다. 그때부터 단일화에 대한 판단과 방법도 오롯이 김 후보의 몫"이라며 당내 압박에 대해 "당헌·당규상 불법, 당내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후보 측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일부 인사와 부대변인의 단일화 관련한 발언은 (김 후보의) '승리 캠프'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김 후보는 단일화 추진과 관련해 당 중앙선대위에 단일화 추진 기구 실무진 구성을 지시했으며, 조속한 구성을 통해 단일화가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직 인선을 놓고 당 지도부와 김 후보 측 간의 신경전 양상도 감지된다.

앞서 김 후보 측은 지난 3일 당 사무총장을 현 이양수 의원에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으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당 지도부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비해 실무 작업을 진행해 온 이 총장을 교체해선 안 된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늦어도 오는 1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와 서두르기보다는 김 후보 중심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김 후보 측의 온도 차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지난 3일 김 후보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도 조속한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는 두 사람에게 "내가 후보다. 여기가 한덕수 당인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권 위원장은 이날 장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지금 바꾸는 것이 좋지 않다'는 뜻을 전달하고, 장 의원 역시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 위원장은 이양수 의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총장직을 유임시켰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총장은 단일화 관련 실무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며 "권 위원장이 총장직 유임이 필요한 현 상황을 장 의원에게 설명했고, 장 의원도 '내가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