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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연합뉴스 제공]

아플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던 건강보험 제도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25년 뒤인 2050년에는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까지 보험료를 내더라도 한 해에만 무려 44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단순히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최고로 내도 감당 안 되는 지출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사회보장 장기 재정추계 통합모형 구축' 보고서(연구진 이영숙·고숙자·안수인·이승용·유희수·박승준)에 따르면 2050년 건강보험 총지출은 296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반해 총수입은 251조8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여 연간 약 44조6천억원의 재정 부족이 발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입 전망이 매우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율이 꾸준히 인상돼 법적 상한선인 8%에 도달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즉,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보험료를 내더라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을 넘어 재정 구조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경고다.

◇ 핵심 원인은 '고령화'…적게 내고 많이 쓰는 구조의 심화

이처럼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가 마주한 거대한 파도,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도 전체 가입자의 17.9%에 불과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사용한 진료비는 전체의 44%에 달하는 48조9천억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거대한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노년층에 진입하면 의료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며 현재의 수입과 지출 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등을 모두 고려해 미래를 예측했는데, 정부의 지출 효율화 노력을 감안했음에도 구조적인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 근본적인 해법 모색 시급…미래 세대에 부담 넘길 수 없어

이번 연구는 국회예산정책처 등 다른 국가기관처럼 실제 수입과 지출 항목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상향식' 모델을 적용해 분석의 정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다.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단순히 보험료를 더 걷는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저출산·고령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지출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의료 공급 체계를 혁신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금 대로 안주해 변화를 미룬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