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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논란이 불거진 주호주대사 임명 관련 절차에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그가 대사직을 수행하기 위해 호주로 출국한 뒤 여론이 악화하자 불과 10여일 만에 귀국하는 계기가 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급조됐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13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2024년 1월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을 위한 외교부의 공관장 자격 심사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당시 공관장 자격 심사 위원회에서 (적격 의결 서류에) 서명한 심사위원들 일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전 장관의 공관장 자격 심사에는 외교부 공무원 등 8명이 참여했고, 특검은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조사를 이미 마쳤다. 이날은 심사에 참여한 권모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실장급)을 참고인으로 불러 당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호주 대사 등 재외공관장의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공관장 자격 심사 위원회는 외교부 차관과 관련 부처(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법제처 등) 공무원 등 10명으로 구성되며 원칙적으로 7명 이상의 위원이 출석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심사의 실무를 담당한 외교부 관계자들은 최근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당시 심사가 대면 회의 없이 서면으로만 진행됐으며 최종 심사 결과에 대한 위원들의 의결 서명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정 특검보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특임공관장의 경우 일반적인 심사 절차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어 심사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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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특검, '이종섭 도피 출국' 의혹 외교부 압수수색[연합뉴스 제공]

아울러 특검팀은 권 조정관을 상대로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한 직후 귀국하는 명분이 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지난해 3월 25일)가 급조됐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데도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다.

공수처가 2023년 12월 그를 출국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당시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대사 임명 직후 출금을 해제했고 그는 지난해 3월 10일 호주로 떠났다.

이후 도피성 출국이란 비판이 이어지자 이 전 장관은 결국 공관장 회의 참석을 구실로 같은 달 21일 귀국했다. 대사직에 임명돼 호주에 부임한 지 불과 열하루만이었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일부 공관장만 모아 방산회의를 연 전례가 없다 보니 이 전 장관의 급거 귀국을 위해 급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총선 이후인 4월 말에 모든 재외공관장이 참여하는 공관장 회의가 예정됐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에 더 무게가 실렸다.

특검팀은 권 조정관을 상대로 공관장 회의의 개최가 결정된 시점과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살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