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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7일 춘천역에서 근무하는 역무원 A씨는 태블릿 PC를 습득했다.
소유자를 확인하기 위해 태블릿 PC에 열려 있던 카카오톡 앱을 확인한 역무원은 깜짝 놀랐다. 사채, 불법 도박 등과 관련된 얘기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는 '마약류 유통'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에 역무원들은 경찰에 "태블릿 PC에 마약류 밀반입 관련 내용이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태블릿을 넘겨받은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마약범죄수사계는 태블릿의 주인 A(28)씨와 공범 B(28)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온라인에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사이로, 나이와 성장한 지역 등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친분을 쌓았다.
이후 A씨가 지난해 8월 알 수 없는 인물로부터 '며칠 동안 유럽에 가서 약을 가져오는 일을 해주면 수고비로 400만원을 주고, 숙박비와 항공료 등 경비도 모두 내주겠다'는 제안받고는 마약류 밀반입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이 지난해 9월 7일 런던으로 넘어간 뒤 11일 국내로 들여오려다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됨에 따라 압수된 케타민은 약 6㎏.
강원경찰이 압수한 마약류 중 '가장 많은 양'이자 금액으로 따지만 3억9천만원에 달하는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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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들이 이미 국내로 들여온 케타민 3㎏은 서울 강남 클럽 등으로 흘러 들어간 뒤였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검거한 뒤에도 마약류가 강남 클럽에서 마악류가 지속해서 유통되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 범위를 넓혔다.
올해 9월까지 약 1년간 끈질긴 추적 수사 끝에 마약류 유통 일당 22명과 투약자 26명 등 총 48명을 검거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를 적용한 마약류 유통 일당 22명 중 18명은 구속했고, 유흥업소 종사자 등 투약자 26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총책의 지시를 받은 A씨와 B씨, 네덜란드 국적 외국인 남녀 2명 등 총 4명은 기존 국내 밀반입 마약류의 90%를 차지하던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가 아닌 영국과 프랑스에서 현지 조직원으로부터 마약류를 직접 건네받아 국내로 밀반입했다.
특히 네덜란드 국적 유통책은 공항과 세관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2.4㎏에 달하는 케타민과 엑스터시를 인분 모양으로 포장한 뒤 항문에 은닉해 국내로 들여왔다.
이들 밀반입책 4명이 들여온 마약류의 가액은 45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3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40억원 상당의 케타민 8.8㎏과 필로폰 약 100㎏, 엑스터시 약 500정, 합성 대마 330㎖ 등을 압수했다.
밀반입된 마약 중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신종 마약류로 지정한 '펜사이클리딘 유사체'(일명 '케타민 원석)도 포함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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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다크웹 '마약거래'(CG)
[연합뉴스 제공]
조사 결과 마약 유통 조직은 밀반입책과 국내 총책, 운반책, 판매책 등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있었다.
이들은 우선 밀반입한 마약류를 서울·경기지역 원룸이나 야산 등에 던지기 수법으로 은닉했다.
국내 운반책 등은 이를 수거해 소분하거나 재포장해 각 지역 야산 또는 주택가 단자함 등에 재차 은닉했고, 판매책들이 '좌표'를 투약자들에게 알려주는 방법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강원경찰 관계자는 12일 "해외 마약류 밀반입 루트가 기존 동남아에서 유럽으로 확산추세에 있음을 보여주는 범행"이라며 "대한민국을 마약류 유통 거점화로 삼고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공항·세관과 더 긴밀한 공조수사 체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공급·유통망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잃어버린 태블릿에서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는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적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판단해 각각 징역 10년과 6년을 선고받았다.
네덜란드 국적 유통책들은 지난달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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